국제결혼

외국인 배우자 보호 공백, 임시보호명령으로 메울 수 있을까

sunyoung-1 2025. 8. 7. 12:52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더 이상 낯선 형태의 가족이 아니다.

한국사회 외국인 배우자의 보호 공백


다문화가정은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으며,
자녀 출산과 양육, 지역사회 참여를 통해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민자, 특히 외국인 여성 배우자가 가정 내 폭력이나 인권침해를 경험했을 때,
현재 한국 법제도는 이들을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가해자로부터의 물리적 분리, 접근 제한, 주거지 이전 조치 같은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경우,
현행법만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보호명령 제도’의 도입은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과제다.
이 글에서는 결혼이민자 보호의 현실과 현재 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임시보호명령 제도 도입이 왜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결혼이민자 피해자들이 직면한 현실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통제, 언어 제한, 체류 위협, 외부와의 단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피해자는 대부분 외국인 배우자로, 한국어 미숙과 정보 부족, 경제적 의존으로 인해
신고나 구조 요청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

 

사례

베트남 출신의 L씨는 한국인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폭행과 언어폭력을 당해왔다.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신고하면 비자 끊고 쫓아내겠다”고 위협하자
수년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경찰 신고 후에도 남편과 분리되기까지 몇 주가 걸렸고, 그동안 L씨는 같은 집에 머물며 불안에 떨었다.

 

 

현행 제도에서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뒤 보호소에 입소하거나,
법원에 접근금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소는 전국적으로 수가 부족하며,
법원의 명령은 통상 수일 이상 소요되므로 긴급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낮다.

 

 

임시보호명령 제도란 무엇인가

임시보호명령 제도란, 피해자에 대한 위협이 임박하거나
긴급한 분리 조치가 필요한 경우, 법원이 간단한 심리 절차만으로 가해자에게 접근금지·퇴거·통신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로 가정폭력범죄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결혼이민자 보호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구분 일반 보호명령 임시보호명령
발령 시기 정식 심리 후 결정 긴급한 위협 시 즉시 결정 가능
소요 시간 평균 1~2주 24~48시간 내 가능
주체 법원 법원 또는 긴급 경우 경찰 조치 연계 가능
보호 범위 접근금지, 퇴거, 통신차단 등 동일하나 절차 간소화
 

현재 한국에서는 일부 범죄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결혼이민자 피해자에게는 직접적인 보호 체계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제도적 설계가 필요한 이유

결혼이민자는 일반적인 내국인 피해자보다 다층적인 취약성을 갖는다.
언어 장벽, 체류 불안정, 가족 내 고립, 외부 지원망 부재는
단순히 폭력 피해자라는 차원을 넘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위험이 크다.

 

사례

캄보디아 출신의 C씨는 남편의 통제로 핸드폰 없이 살아왔고,
외출도 제한받았다.
남편이 퇴근 후 폭언을 일삼았지만, C씨는 누구에게도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폭력이 심해져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보호소는 만원이었고
결국 C씨는 같은 집에서 남편과 다시 지내야 했다.

 

임시보호명령이 있었다면, 경찰은 즉시 남편을 분리 조치하거나,
법원이 가해자의 접근을 금지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제도의 공백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문제로 직결된다.
다문화가정 특성상, 피해자가 의사 표현을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미 위험이 임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이민자도 ‘긴급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결혼이민자는 한국 사회의 가족이며, 시민이며, 보호받아야 할 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법 제도는 폭력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구조다.
그 결과,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와 마주하며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임시보호명령 제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특수성과 외국인 피해자의 현실을 고려해,
결혼이민자 전용 임시보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국제적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국제결혼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그만큼 국가의 대응 역시 보편적 인권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결혼이민자의 인권과 생명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
지금 바로 도입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