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외국인 배우자의 외로움, 남편으로서 해줄 수 있는 3가지

sunyoung-1 2025. 6. 29. 22:09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외로움’입니다.
이 외로움은 단순한 고독이나 낯섦이 아니라,
자신이 이 사회에서 완전히 혼자인 듯한 느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외로움 해결방법


특히 가족도 친구도 없는 환경에서 남편 이외에 기댈 대상이 없을 때,
외국인 배우자는 일상 속 모든 감정을 혼자 견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겪게 됩니다.

저희 아내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외출은 함께 하거나 가까운 동네 위주로만 하며
혼자 카페나 병원에 가는 것도 꺼릴 정도로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언어는 어느 정도 소통이 되었지만, 진짜 문제는 말할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었습니다.
낯선 사람, 낯선 환경, 반복되는 오해,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이 모든 것이 겹치면 외국인 배우자는 자신이 투명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서 겪는 정서적 고립과 외로움에 대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남편이 어떻게 정서적 지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구조

많은 외국인 배우자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남편이 출근하거나 아이가 등원한 이후 하루 대부분을 혼자 보내게 됩니다.
한국 사회는 개인 중심의 속도가 빠른 구조이기 때문에
마을 공동체나 친목 중심의 문화가 강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거나 말 걸 수 있는 구조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내도 처음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휴식을 기대했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나랑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마트에서 점원과 나눈 짧은 대화조차
“오늘 내가 한국에서 처음 말한 대화”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청소를 하고,
혼자 드라마를 보며 하루가 끝날 때면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외로움은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감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누군가가 “오늘 어땠어?”, “잘 있었어?”라고 물어봐주는 것만으로도
그날 하루의 정서적 무게는 크게 달라집니다.

✅ 해결 방법:

  • 매일 퇴근 후 아내에게 하루의 이야기를 묻고 듣는 정서 루틴 만들기
  • 문자 한 통, 짧은 영상 통화, 점심 중 안부 한 마디라도
    “누군가 날 떠올려주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결 유지

한국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

외국인 배우자가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직장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이웃과도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외국인 배우자는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아내는 한국어를 제법 잘하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들과의 인사 이상 관계로 발전하는 데에는
항상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모임에 초대받더라도
“혹시 말이 잘 안 통해서 민폐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
“외국인이라 어색해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에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 특유의 ‘무리 속 관계 문화’ 역시
외국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단체 대화 속에 끼지 못하면 소외되기 쉬운 분위기에서
혼자 온 외국인은 외롭고 위축된 채 자리를 지키게 됩니다.

✅ 해결 방법:

  • 다문화센터, 외국인 커뮤니티, 시립도서관 프로그램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형 커뮤니티를 함께 찾아보기
  • 처음에는 남편이 동행하여 분위기를 익히도록 지원
  • 모국 출신 친구가 있는 경우 연결시켜 심리적 거리 단축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리고 오해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서 느끼는 외로움 중 또 하나의 핵심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에 대한 불안입니다.
“너무 예민한 것 아니야?”, “적응이 안 되나 보네” 같은 말은
상대의 고립감을 오히려 더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초기에는 이런 문제로 자주 갈등을 겪었습니다.
아내가 불안하거나 외롭다고 말하면
저는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고,
아내는 위로가 아니라 방어적인 말로 받아들여
더 상처를 받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는 말보다 표정과 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안전한 사람 옆에 있다고 느끼는 감정
정서적 지지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대화의 방식도 단순히 “괜찮아질 거야”보다는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랬을 것 같아”와 같은
공감 중심의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 해결 방법:

  • 감정을 표현하면 판단하지 말고, 들어주고 반복해주기
  • 말보다는 함께 산책, 음악 듣기, 조용히 앉아 있기 같은
    행동 중심의 위로로 접근
  • 부정적인 감정이 나왔을 때 “이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야”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감정의 정당성을 인정해주기

외로움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느끼는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덜어주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들어주고, 반응해주고,
무엇보다 계속 곁에 있어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정서적 지지입니다.

‘네가 외국인이어서 그래’라는 말은 가장 위험한 말이고,
‘나도 그랬을 거야’라는 말은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남편으로서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같이 고민하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이해해줄 때, 절반 이상 사라집니다.
이 글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제커플이
서로의 외로움을 말할 수 있게 되고,
그 감정을 책임지려 하지 말고 공유하려는 태도로 바뀌길 바랍니다.

혼자는 힘들지만, 둘이라면 버틸 수 있고,
셋이라면 웃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