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 적응기, 남편이 직접 경험한 현실 문제

sunyoung-1 2025. 6. 29. 08:02

많은 이들이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 생활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언어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언어보다 더 복합적이고 일상적인 불편함에서 오는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외국인 배우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곤 합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 적응기


단순히 언어만 해결된다고 해서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유는,
한국의 행정, 금융, 의료, 관습, 사회적 분위기 등이 매우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도 결혼 후 처음 1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아내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었지만,
도서관 회원 가입, 대중교통 앱 이용, 약국 진료 번호표 뽑기 등
사소한 일상에서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불편함’을 자주 겪으며 심리적 위축을 느꼈습니다.

외국인에게 있어 한국 생활은 단순히 새로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규칙과 무언의 기대 속에서 스스로 위치를 찾아야 하는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저희가 겪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막연하게 ‘적응하면 된다’고 말하는 대신,
정확히 ‘어디서 무엇이 불편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낯섦: 대중교통, 공공서비스, 결제 시스템

아내가 가장 먼저 당황했던 부분은 대중교통모바일 앱 사용이었습니다.
한국의 교통 시스템은 정밀하고 효율적이지만,
정류장 표시, 환승 구조, 교통카드 충전 방식 등은 외국인에게는 낯선 구조입니다.
특히 정류장 이름이 너무 유사하거나, 지하철 노선이 복잡한 지역에서는
종종 반대 방향 열차를 타는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공공서비스 이용 역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도서관, 체육센터, 주민센터 등에서 모바일 인증이나 회원가입 절차가 많고,
공공기관 웹사이트나 앱은 복잡한 UI로 구성돼 있어
정보는 있는데 접근이 어렵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아내는 어느 날 “한국은 너무 빠르고 복잡해서, 내가 늘 한 발 늦는 느낌이 들어”라고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제 시스템도 혼란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식당은 앱으로 주문 후 키오스크에서 결제,
편의점에서는 교통카드 잔액 부족으로 결제 거절,
이러한 방식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초기에 소소한 민망함과 오해가 쌓였습니다.

✅ 해결 방법:

  • 자주 쓰는 앱(카카오맵, 네이버지도, 똑똑한 대중교통 등)을 함께 설정하고,
    필요한 설정값을 미리 저장해줌
  • 공공기관 이용 시 예행연습처럼 화면을 캡처해서 사전 교육
  • 결제 실패 경험 후에는 현금 보유, 예비 카드, 간편결제 앱 백업 등록까지 준비

 

사회적 거리감: 친목 모임, 학교 행사, 이웃과의 교류

언어보다 더 외로운 벽은 사회적 관계에서의 거리감이었습니다.
아내는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같이 있어도 대화가 끊기고, 아무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상황”을 꼽았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유치원, 학교 행사에서의 참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배우자는 늘 '보호자'가 아닌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의 학교에서 열리는 학부모 모임, 반찬 만들기 행사 등
일반적인 부모 참여 활동도 아내에게는 긴장과 압박의 시간이었습니다.
행사 참여 시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함은 물론,
타인의 시선과 오해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을 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또한 이웃과의 관계 형성도 쉽지 않았습니다.
층간소음, 택배 수령, 엘리베이터 인사 등
한국에서는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이웃 간 거리감의 예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언제 인사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기준을 몰라
실수하지 않기 위해 관계 자체를 단절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 해결 방법:

  • 학교 커뮤니티 공지사항을 제가 번역해 전달하고, 행사 시 사전 시나리오 제공
  • 친목 활동에 처음 2~3회는 제가 동행하여 통역 및 분위기 중재
  • 이웃과의 관계는 먼저 간단한 인사 카드 + 손편지로 교류를 시작
  •  

외로움과 정체성 혼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속해 있는가?

아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시기는 한국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언어도 늘고 교통이나 병원 이용에도 익숙해졌는데
마음이 점점 허전하고 공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겉으로는 '한국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이방인처럼 존재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입니다.

특히 명절, 결혼식, 장례식 등 정서 중심의 문화적 상황에서는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는 감정이 더 커졌습니다.
“나는 이 가족 안에 있긴 하지만, 진짜 가족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 말은 남편으로서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제 역할이 단순히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소속감을 만들어주는 동반자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내는 또래 친구도 없었고, 이전 모국의 삶과 완전히 단절된 채
'이곳에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저뿐이었습니다.
그 무게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 해결 방법:

  • 매주 1회는 아내가 좋아하는 모국 요리를 함께 만들며 심리적 연결 유지
  • SNS, 영상통화 등을 통해 모국 가족과의 지속적 연결 유지 지원
  •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으로 정체성 회복 지원

 

 

문제는 작았지만, 그걸 말할 사람이 없어 더 컸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 생활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사소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기 민망한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정서적 고립과 피로감이 깊어집니다.
"이런 걸 모른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걸 말하는 것도 민폐 아닐까?"
이런 걱정이 반복되며 외국인 배우자는 혼자 적응해야 하는 분위기에 갇히게 됩니다.

남편으로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일은
“괜찮아, 이건 한국 사람도 처음엔 다 몰라”라는 말을
진심으로, 자주, 맥락 속에서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방법을 함께 찾아가며,
아내가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었습니다.

국제결혼은 결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이 글이, 지금 적응 중인 외국인 배우자와 그 곁에 있는 한국인 배우자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